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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았다. 12시에 점심식사를 덧글 0 | 조회 53 | 2021-06-03 19:58:23
최동민  
회의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았다. 12시에 점심식사를 위한 짧은 휴식 시간이 있었다.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갈 여유는 없었으므로, 모두에게 샌드위치와 커피가 배급되었다. 회의실은 담배 냄새가 지독하여 나는 그것을 들고 내 자리에 와서 먹었다. 한참 먹고 있는데 과장이 나를 찾아 왔다. 나는 정직하게 말해, 이 사나이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째서 좋아할 수 없는지,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른다. 무엇하나 반발할만한 구석은 없다. 사뭇 올곧게 자라는 듯한 분위기를 몸에 지니고 있다. 머리도 나쁘지 않다. 매고 다니는 넥타이도 그럴 법하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을 내세우지도 않고, 부하 직원에게 위엄을 부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내게 신경을 써주기까지 하였다. 때로는 점심을 같이 먹자고 말을 걸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도무지 이 사나이에게 친밀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그가 얘기를 하는 상대방의 몸을 익숙한 손놀림으로 만지작거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남자든 여자든, 얘기하는 도중 상대방의 몸을 슬며시 만지는 것이다. 만진다고 하여, 딱히 기분 나쁜 흑막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살며시. 상대방은 그가 만지고 있다는 것을 거의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자연스럽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의 그런 동작이 몹시 신경에 거슬린다. 그래서 나는 그의 모습이 눈에 띨 때마다 본능적으로 긴장하고 만다. 이건 사소한 일이라고 하면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튼 나는 마음이 쓰인다. 그가 허리를 꺾고,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까 자네가 회의에서 한 발언 말이야, 좋았어라고 과장은 친근하게 말한다. 아주 요령 있고, 간결하고. 나도 감탄했어. 적합한 지적이었어. 자네 발언으로 자리에 긴장감이 돌았어. 타이밍도 좋았고. 음,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잘해 봐나는 그 이상의 토론은 단념하였다. 아무려면 어떠냐,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 일 아닌가,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이 오렌지를 짜는 비행기이든,
내가 회사에서 돌아왔을 때, 집안은 온통 캄캄했다. 밖에는 조금 전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베란다 창으로, 낮게 드리워진 어두운 구름이 보였다. 방안에서 비 냄새가 났다. 날이 저무는 시각이었다. 아내는 아직 돌아와 있지 않다. 나는 넥타이를 풀고, 주름을 펴서 넥타이 걸이에 걸었다. 브러시로 양복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와이셔츠는 빨래 통에 던져 넣어 두었다. 머리카락에 담배냄새가 배어 있어, 샤워를 하며 머리를 감았다. 늘 하는 일이다. 장시간 회의를 하다 보면 담배 냄새가 배고 만다. 아내는 그 냄새를 굉장히 싫어한다. 우리가 결혼을 하자, 그녀는 제일 먼저 담배를 끊으라고 주장하였다. 4년전 일이다. 나는 목욕탕에서 나와, 소파에 앉아 타올로 머리칼을 닦으며 캔 맥주를 마셨다. TV피플이 날라다 둔 텔레비전은, 아직 사이드 보드 위에 있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리모콘을 들어, 텔레비전을 켜 보았다. 그런데 몇 번이나 power 보튼을 눌러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화면은 거무티티한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전원 코드를 확인해 보았다. 플러그는 분명히 콘센트에 껴져 있었다. 나는 플러그를 인단 뺐다가 다시 콘센트에 꼭 꼽아 보았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리모콘 스위치를 제 아무리 열심히 눌러도 화면은 하얘지지 않았다. 만에 하나 건전지가 다 달았다면 하고, 나는 리모콘의 뒷뚜껑을 열러 건전지를 꺼내서는, 간이 테스터로 체크해 보았다. 건전지는 신품이었다. 나는 단념하고 리모콘을 내던지고는, 맥주를 목 깊숙이 쏟아 부었다. 어째서 그런 일이 마음에 걸리는 것일까, 하고 나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텔레비전이 켜 진다한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냐. 하얀 빛이 떠오르고, 치직치직 하는 잡음이 들릴 뿐이지 않은가. 그러니 전원이 들어오든 말든 신경쓸 필요 없는 일 아닌가.아내가 물었다. [아니 아무 말도 안 했는데.]라고 나는 대답했다.[냉장고에 채소니 냉동 식품이니 이것저것 들어있으니까. 그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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